헝가리 데브레첸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의 성장에 있어 ‘운동 능력’이 단순한 신체적 기능을 넘어 사회적 참여와 삶의 질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를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흔히 자폐증이라고 하면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을 먼저 떠올리지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거나 연필을 잡는 일상적인 움직임 속에서 겪는 도전과 그를 둘러싼 환경의 역할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논문 정보
- 논문 원제: Parental Perspectives on Motor Development in Preschool-Age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A Qualitatively Led Mixed-Method Study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미취학 아동의 운동 발달에 대한 부모의 관점: 질적 연구 중심의 혼합 연구)
- 저자: Anetta Müller, Attila Lengyel, Ferenc Mező 외
- 출처: Disabilities 2026, 6, 16
연구의 필요성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외에도 협응력, 균형 감각, 미세 운동 등 다양한 운동 발달 영역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운동 능력의 차이는 아이들이 또래와 어울려 놀거나 스스로 옷을 입는 등 자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들은 주로 의료적 관점의 진단에 치중해 왔으며, 아이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부모들이 체감하는 환경적 장벽이나 실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탐구는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맞물려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지 부모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연구 주제 및 내용
본 연구는 헝가리에 거주하며 만 3세 이전에 ASD 진단을 받은 미취학 아동(3~6세)의 부모 58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 부모가 관찰한 아이의 세밀한(소근육) 및 큰(대근육) 움직임의 특징은 무엇인가?
- 조기 진단이 실제 운동 발달 지원 서비스로 이어지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
- 놀이터나 학교 같은 환경적 요인이 아이의 운동 참여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어떤 형태의 운동 중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껴졌는가?
연구팀은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여 주요 주제를 도출하고, 빈도 분석을 통해 부모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의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핵심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광범위한 운동 과제: 부모의 72%가 소근육 및 대근육 발달의 어려움을 보고했습니다. 특히 연필 잡기, 작은 물건 조작, 달리기와 점프의 협응력, 놀이터 활동 참여 등에서 공통적인 도전 과제가 확인되었습니다.
- 환경이 결정하는 능력: 아이의 운동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보조 도구(두꺼운 연필 등)나 안전한 놀이 공간,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교사가 있는 환경에서는 아이들의 참여도가 현저히 높아졌습니다.
- 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 연결’: 부모들은 빠른 진단 자체보다 진단 이후 적절한 치료와 교육 서비스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 가족 중심 중재의 효과: 치료실 안에서의 훈련보다 일상생활(쇼핑, 식사 시간 등)에 녹아든 활동과 부모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실제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 발달의 연결성: 운동 능력이 향상되면 아이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또래와의 놀이 참여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 정서적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논의점 및 시사점
이 연구는 ASD 아동의 운동 발달을 개인이 가진 ‘결함’이 아닌, 아이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로 보아야 함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신체 기능을 훈련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가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는 놀이터를 설계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환경적 수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이 부모를 교육의 보조자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 대우하고, 가정 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할 때 치료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본 연구는 헝가리의 특정 부모 단체를 통해 모집된 인원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전체 ASD 아동 가족의 상황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기억과 주관적인 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아이의 발달 수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특정 시점의 인터뷰만을 다룬 단면 연구이기에 장기적인 발달 궤적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참여’로 이동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아이의 운동 능력을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표준적인 발달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웃으며 어울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아주 작은 환경적 배려(예: 잡기 편한 도구 제공)만으로도 아이가 ‘무능력한 존재’에서 ‘참여하는 존재’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현장의 전문가들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문헌 정보 Müller, A., Lengyel, A., Mező, F., Nagy, A. V., Bába, É. B., Szilágyi, Z. P., Laoues-Czimbalmos, N., & Mező, K. (2026). Parental Perspectives on Motor Development in Preschool-Age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A Qualitatively Led Mixed-Method Study. Disabilities, 6(1), 16. https://doi.org/10.3390/disabilities6010016





